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첫 업무를 받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첫 번째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회사에 입사해서 하게 되는 업무는 동아리나 아르바이트와는 다릅니다. 태어나서 하는 첫 번째 일인 만큼, 많은 고민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업무와 나의 반응
저는 고객사 중 한 곳의 VOC를 관리하는 업무를 제 첫 업무로 받았습니다. 해당 고객사는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었고, 잘 수행하면 업무 고과에도 꽤나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이 업무를 받았을 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저 같은 신입에게 줄만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꽤나 들떴었습니다. '이제야 내가 빛을 발하게 되는구나.' 또는 '이 업무 잘하면 팀장이나 선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업무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했던 대답은,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였습니다. 덮어놓고 일을 받아서 하는 것은 제가 입사하고 견지하고 있던 태도나 방향성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매한 내용들은 수시로 여쭤보면서 진행해서, 최대한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결국 '함부로 나대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가득 담은 멘트를 하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 경우에 따라 이런 반응에 대해 '패기가 없다.'거나 '진취성이 떨어진다.'라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당시의 행동 방식이 다소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온 이유
말씀드린 것처럼, 제 첫 업무는 꽤나 고과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도대체 이 업무가 왜 제게 배당된 것인지 이유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애매해서, 담배를 피우면서 친한 몇몇 선배들에게 '어려운 부분 생기면 여쭤봐도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선배들은 당연히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 회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갑질 하는 고객사'였던 것입니다. 아마도 업무를 분장한 팀장은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참에 신입이 잘하면 대충 뭉개다가 업무분장 다시 정리하지 뭐. 혹시 펑크라도 내면 결원 채워달라고 인사에 요청하기도 좋잖아."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시 저희 팀은 이미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해당 고객사 사내 문화나 담당자 성격이나 여러모로, 기존 실무자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면서 넘기기가 어려웠던 상황입니다. 팀장 입장에서 주기도 부담스럽고, 이미 일이 너무 많았던 기존 실무자들이 본인이 하겠다고 받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차라리 작은 문제를 터뜨려서 본인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갑질을 당할 때나 할 때나, 무엇이든 확실히 해야 한다.
저는 갑질을 당할 때나 할 때나, 업무를 할 때에는 확실히 포지셔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업무의 상대방 담당자가 갑질을 잘한다고 하니, 갑질을 이겨내고 해결하는 것이 제 첫 임무가 된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사 담당자와 처음 연락할 때, 어느 정도 저의 상황을 밝혔습니다. '현재 본인이 신입이며, 팀장님께서 직접 해당 고객사의 내용을 컨트롤하고 계신다. 다만 팀장님께서 직접 모든 것을 챙기기 어려워, 제가 연락을 드리게 될 것 같다. 혹시 필요한 사항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잘 부탁드린다.'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고개사 담당자는 꽤나 기분이 나빠보였습니다. 이제 갓 회사에 들어온 신입이 본인들의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매 업무마다 불필요한 설명도 덧붙여야 하고, 업무 처리에도 시간이 걸릴게 뻔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해당 실무자가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본인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일만 잘되면 생각보다 원활히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게다가 약간 "통제 강박"같은 것이 있어서, 제가 확실히 '을'로 움직이자 오히려 스스로 만족하면서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신입이라고 밝힌 이유 역시, '당신이 하는 말이 나에게는 최우선이고, 나는 당신이 요구하는 대로 우리 회사에 이야기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찌 보면 제게는 운이 좋았던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업무는, 가면을 쓰고 하는 역할극이다.
물론 제가 '갑질 문화'에 대해 공감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갑질 문화'는 확실히 없어져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필요에 의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격적으로 누가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하청 업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 업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에 있는 동안 '역할극'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신입 사원'으로, '하청 업체 직원'으로 또는 '원청 업체 담당자'로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역할극을 하면 오히려 더 몰입해서 자기 마음대로 막 대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연극이나 영화를 찍는 배우라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아무렇게나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갑질을 하는 것'이나 '갑질을 당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을 잘 흘러가게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활하게 대처하는 것에 있습니다. 역할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가면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이해가 생겼을 때, 비로소 내 앞에 있는 누군가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가면을 벗고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의식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중에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할 수 있는 자리에 가거나 위치에 있을 때, 조금 더 본인의 역할에 집중하게 됩니다.
* 회사 업무와 관련한 '갑과 을'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 포스팅으로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 신입 사원에게 첫 업무는, 배워나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솔직해질 것
신입 사원이 첫 업무를 할 때에는 항상 '배우고 있다.'라는 생각을 놓아선 안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입 사원들은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가 거의 대부분이며, 보고서 양식이나 품의 올리는 법 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촘촘한 매뉴얼로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무의 경험 없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정말 많은 사람에게 물어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심지어는 고객사 담당자에게 배워야 할 내용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문제 되는 경우는 딱 한 가지입니다. 바로 '배우는 척' 할 때입니다. 두 번, 세 번 가르쳐줘도 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묻거나,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사소한 것들만 계속 물어본다면, 어떤 누구도 그 사람을 '배우려고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연기 연습 많이 했다고 하는데, 대사도 못 외우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역할극'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되니까요.
결론적으로 저는 저희 회사의 내부 의사소통 방식이나, 고객사와 네트워킹할 때의 포지셔닝,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취하는 방법들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일을 꽤 오래 하게 되었고, 업무 고과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해당 고객사 담당자와는 그분이 이직을 하면서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뭐 대단한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가 신입 사원으로서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운이 좋았던 것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이제 입사를 준비하시거나,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보잘것없는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성장하는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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