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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전하는 말씀

[퇴사일기 6화] 직장에서 사과하는 법-'죄송합니다.'를 하지 않는다.

by 같은반친구79 2021. 7. 7.

안녕하세요. 오늘도 같은 반 친구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물론 그러한 상황이 내 잘못 때문인 경우도 있고, 내 잘못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직장 생활에서 효율적으로 사과하는 법과 관련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직장 선배의 갑작스러운 충고: "죄송하다고 하지 마."

"야! 이제 그렇게 아무 때에나 죄송하다고 하지 마."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잘 따랐던 한 선배 한 분이 어느 날 갑작스러운 충고를 하셨습니다. 지난 여러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회사 생활을 할 때에는 어떤 경우라도 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질을 해야 할 때(물론 갑질이 아닌 정당하고 확실한 요청이어야 합니다.)에도, 을로서 요청을 받을 때에도 본인의 지위에서 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나의 잘못을 시인하고 '잘못했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 왔습니다. 고객사가 어떠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직장 상사가 문제점을 꼬집을 때에도 항상 '죄송합니다.'로 말을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상대방이 문제를 꼬집는 상황이라면, 제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선배가 한 갑작스러운 충고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항상 어떤 대상을 '대표하여' 행동하고 있다.

다소 시일이 지난 어느 날, 저는 선배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사과라는 것도 어떤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지위를 기반하여 행하는 행동인데, 낮은 자세로 이야기하는 것이 단점일 수 있냐고 말입니다. 이에 대한 선배의 대답은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너는 너 하나의 개인으로서 '미안하다.' 또는 '죄송하다.'라고 말하는 것이지만, 그 말을 하는 너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직원'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야. 상사에게는 다른 여러 부하 직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고객사에게는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그 모든 사람을 항상 잘못하고 공박해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게 만들지 말라는 말이야."

사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저는 처음에 약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제가 누군가를 대표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사를 응대하는 경우라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수 있지만, 제 직장 상사에게도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가지는 존재라는 것은 정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사과'를 자주 하면 만만해 보이지 않을까?

저에게 사과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능력과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입사하고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접했던 다양한 종류의 '직장 생활 팁'에서 '사과'는 가급적 표현하지 말아야 할 '금기'와 같이 표현되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글들은 대부분 '미안하다는 의사 표현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소극적이고 불리한 상태에 놓이기 쉽다.'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너무 쉽게 사과하면, 만만해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꽤나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누구도 사람들을 만날 때에 만만하게 여겨지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죄송하다.'와 '미안하다.'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도 정확한데, 인정할 때는 확실히 인정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정도로 쉽게 여겨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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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모습

'사과'는 마음을 드러내는 최종 수단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 나니, 사과는 '하나의 인격으로서 행동하는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는 최종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쉽게 자주 표현하는 미안함이, 어느 순간 너무 뻔한 표현이 되어버리면 우리가 정말 마음을 드러내야 할 순간에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정말 미안함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에 한해서 확실히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공적인 상황에서 행동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너무 가벼운 감정 표현이 내가 대표하고 있는 대상을 한없이 가볍게 보이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사과는 진심을 전해야 하는 가장 마지막 선택 수단이어야 합니다. 사과는 단순한 사회생활의 기술이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을 드러내는 최종 수단인 것입니다.

또한 사과는 반드시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하나의 개인임과 동시에 무언가를 대표하여 행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활동하는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각자의 지위와 상황에 맞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대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입사원이었던 저는 어느 순간 '다른 신입사원 모두'를 대표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우리 회사와 우리 부서를 대표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잦은 사과가 저도 모르게 '어떤 팀장으로 하여금, 모든 부하 직원에게 저와 같이 행동하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고, 고객사로 하여금 '특정 조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또는 '미안합니다.'라는 말은 곧 '저의 책임입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러한 책임을 다른 사람들이 지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명확할 때에만 사과를 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적절한 유감 표시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더 효율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경험한 이후로 저는 함부로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적절한 유감 표시와 문제 해결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만약 상사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네 알겠습니다. 바로 수정해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와 같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고객사에서 특정 상황에 대해 조치를 요구한다면,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우선 상황 파악해보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조치해드리겠습니다.'와 같이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만 말하더라도 충분한 정도의 유감 표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을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사과보다는, 오히려 어떠한 방법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표현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내가 지금 상대방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물론 경우에 따라 그런 느낌을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저도 어쩔 수 없이 일단 '죄송합니다.'로 말을 시작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지나친 사과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솔직하고 분명한 의사 표현을 방해하는 요소는,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중요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사과 표현이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사과'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한 번쯤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울림이 컸던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회사 생활을 기반으로 이야기해서 그렇지, 가족이나 친구 간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너무 잘하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었다면, '내가 너무 많은 사과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혹은 '분명히 사과를 표시해야 할 상황에 표현을 아낀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성장하는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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